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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8-05 23:29
[월간금융]고령화에 임하는 금융기관의 자세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20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필요*

우리 사회의 고령화 현상과 그에 따른 문제점은 언론 등에서 워낙 많이 다뤘기에 중언부언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그것을 주제로 삼는 까닭은 사회적·국가적으로 큰 이슈임에 비하여 그에 대응하는 각 기업의 태도가 너무 소극적이고 미흡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즉, 고령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우리사회가 얼마나 늙어가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재앙인지에 대한 거대 담론은 많고, 또한 각 개인이 은퇴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처세적 조언도 많지만, 정작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현실적 처방은 미약하다는 말이다.
필자는 가끔, 은행이나 기업에서 실시하는 퇴직예정 사원들에 대한 은퇴준비교육에 강의를 하곤 한다. 그런데 그 교육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형식적이고 겉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원들이 어떻게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2막 인생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출구전략과 입구대책이 깊이 있게 다뤄지는 것 같지 않다. 대개 퇴직을 얼마 앞두고 1회용 교육으로 때우고 있는 실정이다. 혹평한다면 ‘우리는 퇴직 예정자들을 위해 이렇게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회사가 정말로 사원들을 아끼고 퇴직 이후의 삶을 걱정한다면 보다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눈앞에 닥친 재앙 고령화*

2012년 6월 23일 토요일 오후 6시 36분! 이게 무슨 카운트냐고? 우리나라의 인구가 5천만 명을 돌파했다는 바로 그 시간이다. ‘오천만둥이’의 주인공은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여자아기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을 돌파한 세계 7번째의 ‘20-50클럽’에 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두껍게 드리워져 있다. 첫째는, 오는 2030년에 5천200여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기 시작해 2045년에는 다시 4천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저출산의 그림자이다. 그리고 둘째는, 총 인구의 14%에 달하는 71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러시를 맞이한다는 그림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베이비붐 세대(1995~1963년생) 은퇴자는 1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평균 15만 명이 현직을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정부는 얼마 전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퇴직에 대비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해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은 모두 포함된 것 같다.
문제는 아무리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애를 쓴다고 해도 실제로 각 개인이 몸담고 있는 직장이 얼마나 그것에 호응하고 그 이상의 구체적 방안을 실행하느냐의 여부에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그렇지 못하면 그럴듯한 무지갯빛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명예퇴직제도, 계속할 것인가?*

우선 한 가지만 짚어보겠다. 명예퇴직 또는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의 조기퇴직 문제다.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창출 방안’이라며 창업, 재취업, 귀농·귀촌 등 30여 개가 넘는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창업이니 재취업이니, 귀농·귀촌이니 하며 어려운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각 직장이 강제퇴직제도를 중단하고 정년을 연장해주는 게 훨씬 현실적이고 확실한 방안이 될 것이다.
그 제도가 도입된 것은 IMF 외환위기 때였다. 1997년의 일이니까 15년이 지났다. IMF를 극복하고도 한참이 지났지만 조기퇴직제도는 원상회복될 듯하면서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렇게 된 데는 노·사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용자(경영자)측에서는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나이 많은 직원들을 조기에 정리해버린다는 속셈이 있고, 노조 쪽에서는 젊은 층이 다수인 조합원들의 인사적체를 해소한다는 실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나이 많은 직원이 정말 생산성이 낮은가? 고령자가 그냥 나이만 먹은 게 아니지 않은가? 한국사회는 나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사회다. 나이가 많아지면 그만큼 사려 깊어지고 일에 대한 생각이나 직장에 대한사고도 완숙된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최대 자산이라 할수 있는 인맥의 폭도 넓어지고 일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도 젊은이보다 낫다. 고임금이 걸림돌이라면 확실하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 교수는 청년실업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정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청년실업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이 정년연장을 주장한다고? 그의 논리인 즉, 은퇴연령을 높이면 은퇴인구에게 지급하는 연금과 세금이 줄어들고 정부의 세수기간이 연장되면서 고령인구에 대한 재정지출이 감소하며 소비인구가 늘어남으로써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실업도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각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피서라이즈 교수의 방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건 정부가 판단할 문제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청춘을 다 바쳐 일한 조직원들을 어떻게 하면 퇴출시킬까를 궁리할 게 아니라, 임금제도의 개선이나 직무조정을 통해 고령자들의 생산성을 어떻게 더 높일 수 있을지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자들의 단점을 들추어내기보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능력과 지혜를 활용함으로써 수익성도 높이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노조측 젊은 사원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젊은 사원들로서는 나이 많은 고참들이 눈에 거슬릴지 모른다. 생산성은 낮으면서 월급만 많이 받는 사람으로 비춰질지 모른다. 그들이 빨리 자리를 비워줘야 자신의 승진이 빨라진다는 생각이라면 그거야말로 오늘을 위해 내일을 희생하는 단견이다.
‘역사상 노인이 더 생산적이었다’는 연구결과를 들먹이며 고참 사원들을 옹호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젊은 당신도 곧 늙는다는 사실이다. 뿌린 대로 거두듯 젊은 당신도 곧 퇴출대상이 될 것이다. 일찍 승진하면 일찍 나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필자다. 필자는 운 좋게(?) 가장 빨리 승진 한 탓에 가장 빨리 직장을 떠났다. 정년을 2년 이상이나 남겨놓고. 그래서 요즘 후배들에게 강조한다. "가늘고 길게 살라"고. 그것도 훌륭한 삶의 지혜라고. 물론 농담같은 충고지만 동시에 일리 있는 권고다. 막상 퇴직해보라. 직장에 있을 때 2~3년 승진이 빨랐다는 것은 전혀 무의미하다. 부장이나 지점장을 했다는 것도 별로 의미가 없다. 퇴직 후 살아갈 날이 30년이나 남았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만 남는다.

*좋은 직장이란 무엇인가?*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11년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53.7%가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방비상태에서 퇴직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표한 50~70대 남녀 은퇴자의 여가활용 실상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남성이 사교활동을 위해 쓰는 시간은 하루 50여 분에 불과한 데 비하여 TV를 보는 시간은 50대가 하루 평균 4시간, 70대는 4시간 30분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늘어났다. 여자가 TV를 보는 시간(50대 2시간 45에서 70대 3시간 35분)보다 훨씬 더 많다. 퇴직 후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가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런 상황을 ‘그건 개인의 문제’라고 외면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근본적인 질문을 하겠다. ‘직장이란 무엇인가?’라고. 명색이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직장인 금융기관에서 청춘을 다 바쳐 일한 사람들의 노후를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고 대책 없이 퇴직시킨다면 그건 너무하다. 요즘 필자가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어느 책에서 본 글귀인데 참 시사적이다. 퇴직해보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퇴직 후의 상황은 확실히 피상적이다. 상상일 뿐이다. 필자는 젊어도 봤고 그리고 퇴직도 해봤다. 그러기에 말한다. 조직원의 미래를 좀 더 깊이 생각하는 기업이 되라고. 그것은 교육일수도 있고 정년연장이나 은퇴 이후의 다른 지원책일 수도 있다. 교육을 하더라도 퇴직에 임박하여 ‘너무 섭섭해 하지 마라’는 식의 무마용 교육이 아니라, 일찍부터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방도를 체계적으로 지도해 줘야 한다. 노동조합도 당장 눈앞의 것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좀 더 멀리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퇴직 이후가 행복한 직장이어야 진실로 좋은 직장이라는 신념을 갖고서.
‘이미 다 생각해 본 방안’이라고 묵살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실행이다. 고령화 시대에 대한 금융기관의 선도적 대책과 적극적인 실행을 기대해본다.

출처: 전국은행연합회 월간금융 Vol.701 Aug 2012

        http://banker.kfb.or.kr/201208/section.php?idx=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