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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02 19:48
막장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99  
<경향신문/ 막장>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4302128505&code=990201
        [경향신문]손동우 논설위원, 입력 : 2012-04-30 21:28:50ㅣ수정 : 2012-04-30 21:28:50   

1960~1970년대 독일 탄광지대에 파견된 한국 광산노동자들은 현지 노동자들이 주고받는 독특한 인사말에 처음에는 의아해했다. 미리 텍스트에서 배운 ‘구텐 탁(Guten Tag)’ 등 통상적인 인사말이 아니라 ‘글뤽 아우프(Gluck Auf)’라는 난해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글뤽’은 ‘행운’을, ‘아우프’는 ‘위에서’라는 뜻이니 직역하면 ‘위에서 행운을 빈다’는 것이지만 이 인사말에는 노동자들의 비원이 서려 있었다. 이들은 매일 지하 수백·수천m의 막다른 갱도(坑道), 즉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막장으로 내려가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 만큼 ‘글뤽 아우프’는 ‘살아서 땅 위에서 만나자’는 서로간의 처절한 맹세였던 것이다. 한국 노동자들은 비장한 마음으로 곳곳에서 ‘글뤽아우프회’라는 친목단체를 결성했고, 이러한 모임들은 뒷날 사단법인 재독한인글뤽아우프로 발전했다.

이처럼 ‘막장’에는 목숨을 담보로 한 광산노동자들의 위험한 작업환경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최근 몇년 사이 ‘어떤 일이 갈 데까지 갔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불륜, 황당무계한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나 상식 밖의 상황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려는 ‘막장 드라마’, 여야 의원들의 폭력이 난무하는 ‘막장 국회’와 같은 용례(用例)가 바로 그것이다. 어떤 사람의 처지나 인격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을 경우 ‘막장 인생’이라는 표현도 쓴다. ‘막장’이 왜곡될 대로 왜곡되자 수년 전 석탄공사가 이에 제동을 거는 일까지 있었다. 당시 조관일 석탄공사 사장은 “2000여명 우리 사원들이 땀흘려 일하는 막장은 폭력과 불륜이 난무하는 곳이 아니라 숭고한 산업현장”이라고 말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파이시티로부터 받은 돈은 이명박 대선 캠프 자금으로 썼다’고 말한 것을 겨냥해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직무대행이 “막장 드라마가 쫑(결말)으로 가고 있다”고 비아냥댔다고 한다. 문 대행은 또 대선자금을 건드리지 않고 최시중 개인비리로 몰아가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검찰이 막장 백과사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씨나 검찰의 행태를 ‘막장’으로 규정한 문 대행의 의중이 이해는 되지만 아무래도 이들에게 ‘막장’의 칭호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목숨을 걸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